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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이야기

다른 형태의 에너지

by 시크렉트킴 2022. 8. 2.

용수철을 잡아당겨서 길이를 늘이려면 우리는 용수철에 반드시 일을 해주어야 한다. 늘어난 용수철은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길이가 늘어난 용수철은 무언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용수철에 물건을 매단 상태에서 위로 들어 올리면 우리의 팔이 해준 일만큼 물체의 위치 에너지가 증가하지 않는다. 이 불일치를 해소하려면 용수철의 늘어난 상태가 고려된 어떤 양을 더해주어야 한다. 탄성 에너지란, 용수철이 당겨져 있을 때 (또는 수축하였을 때) 그 안에 저장된 에너지를 뜻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거기에 저장되어 있을까? 당겨진 용수철을 붙들고 있는 손을 놓으면 용수철이 원래의 평형 지점을 지날 때 탄성 에너지는 모두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며, 압축과 인장 상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운동 에너지의 값도 이 주기를 따라 변하게 된다. 

이렇게 왕복 운동하던 용수철은 시간이 지나면 평형 지점에서 운동을 멈춘다. "아니? 용수철이 왜 운동을 멈춘다는 거지? 그러면 그동안 갖고 있던 에너지는 다 어디로 간 거지?" 이 시점에서 당연히 떠올려야 할 질문이다. 그렇다! 여러분이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듯이 진동하는 용수철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멈춘다! 그렇다면 보존된다던 에너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것은 에너지의 또 다른 형태인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용수철이나 지레는 여러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한 물체가 다른 물체 위를 굴러갈 때, 이 결정 구조는 외부의 충격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된다. 엄청난 주의를 기울여 아무리 조심스럽게 굴린다 해도, 접촉면에서 원자의 요동을 진정시킬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요동은 물체의 내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에너지의 존재가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물체의 운동이 스스로 정지되었을 때, 사실 물체의 내부에서는 수많은 원자가 여전히 복잡한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즉, 물체의 내부에 운동 에너지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운동에너지는 눈에 보이는 운동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원자의 운동은 너무 작아서 속도를 측정할 방법도 없거니와 그 많은 원자의 운동을 일일이 계산하여 더할 수도 없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있다. 온도계로 용수철이나 지레의 온도를 재는 것이다!. 운동이 끝난 용수철은 운동 정보다 분명히 따듯하게 데워져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용수철이 내부에 운동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종 거며, 운동하기 전보다 운동에너지가 증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것을 "열에너지"라 부르지만, 사실 열에너지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가 아니다. 그것은 물체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운동으로부터 생성된 운동 에너지이다. 

하전 입자의 인력/척력에 관여하는 것인 전기 에너지이며, 빛의 에너지의 해당하는 복사 에너지(빛은 전자기장의 요동으로 설명되므로, 복사 에너지는 전기 에너지의 한 형태로 이해될 수 있다.) 화학 반응 과정에서 방출되는 화학 에너지도 모두 에너지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탄성 에너지는 화학 에너지의 일종으로 간주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화학 에너지란 원자들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탄성 에너지 역시 근원이 같기 때문이다. 화학 에너지에 대한 현대 물리학의 이해 수준은 다음과 같다. 화학 에너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원자 내부에 있는 전자의 운동에 의한 운동 에너지이며, 다른 하나는 전자와 양성자의 상호 작용에 의한 전기 에너지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자핵 속으로 들어가 보면, 양성자와 중성자의 결합과 관계된 핵에너지가 있는데,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법칙은 아직 미지로 남아 있다. 핵자들 (양성자 중성자)'를 단단히 묶어두고 있는 힘의 원천은 전기력이나 중력도 아니고, 순전히 화학적인 성질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에너지로 취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운동 에너지에 관한 법칙이 수정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수정된 운동 에너지는 질량 에너지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모든 물체는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나름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와 양전자가 정지 상태로 조용히 있다가 서로 가까이 접근하면서 돌연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이들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량의 복사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값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전자와 양전자의 질량만 알면 된다. 반드시 전자와 양전자일 필요는 없다. 두 개의 물체가 결합하여 사라지면, 거기에는 항상 에너지가 남는다.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 즉 E=mc2를 처음 알아낸 사람은 바로 아인슈타인이었다.

에너지 보존이라는 말 자체가 아직도 모호한 구석을 갖고 있다. 대체 에너지는 왜 보존되어야만 하는가? 우리는 에너지를 작은 덩어리의 집합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 여러분은 광자가 작은 알갱이이며, 광자 하나가 갖는 에너지는 플랑크 상수에 진동수를 곱한 값이라고 어디선가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빛의 진동수는 어떤 값이든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어떤 특정 값이 되어야 한다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에너지를 주어진 순간에 어떤 특정량을 세는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고, 수학적으로 정의되는 추상적인 양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양자 역학에서 에너지 보존 법칙은 독특한 방식으로 유도된다. 즉, 모든 물리 법칙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내세우면, 이로부터 에너지 보존 법칙이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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