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말해 주듯이 (haut는 높다는 뜻). 이 성당은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 곳은 기도의 장소로 사용되어 왔는데. 그에 따라 르 코르뷔지에는 '깊은 몰아와 명상의 배'를 목표로 삼았다.
르 코르뷔지에는 '네 개의 지평'을 출발점으로 취함으로써 건물과 주위 경관을 세심하게 연관시켰다. 대규모 순례자를 위한 옥외 제단은 이 장소와 그 환경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스컬리에 따르면, 건물만 본다면 르 코르뷔지에는 두 극단. 곧 에워쌈과 움직임을 결합시킴으로써,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건물은 여러 다른 형태로 변형된다. 르 코르뷔지에는 두 가지 유형의 벽체를 절절하게 사용했다. 그 하나는 비교적 얇은 조개껍질 같은 벽체로서 에워쌈을 표현하며, 다른 하나는 육중하고, 모서리가 예리하고, 휘몰아치듯이 움직이는 벽채로서 움직임을 표현한다. 이러한 두 유형의 벽체는 성당을 대각선으로 나누고 있다. 남쪽의 육중한 '움직이는' 벽체와 가장 큰 채플을 크게 '에워싸는' 벽체 사이에 주 입구가 자리한다. 여기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주전면은 없다. 그렇지만 건물의 앞과 뒤는 분명하다.
순례자는 전통적인 성당에서처럼 인상적인 입구가 아니라, 크게 부풀어 오른 지붕과 유명한 남쪽 벽체가 만나는 날카로운 모서리 부분에서 받아들여진다. 이 경사진 벽체의 두께는 가장 아래 부분의 3.6m에서 가장 위 부분의 0.35m로 줄어드는데, 이 속에는 콘크리트로 된 구조 뼈대가 감추어져 있어서 벽체와 지붕이 만나는 부분에서만 보인다. 이 사이의 가느다란 틈새로 스며들어오는 빛은 깔대기 모양의 색유리 창에서 들어오는 빛과 함께 성당 내부에 극적인 빛의 효과를 연출한다.
지붕은 비행기 날개처럼 위 판과 아래 판 사이가 비어있는데, 내부의 버팀대와 칸막이들을 이용해 위아래의 만곡된 2인치 두께의 콘크리트 판을 잡아주고 있다.
세 개의 탑은 각각의 아래에 있는 채플들에 채광과 환기를 시켜주는데, 이 채플들은 혼자서 기도를 하거나 명상을 하는 장소이다. 여기에서의 대조는 의도된 것으로 각 공간들은 좁고 높다.
건물 전체는 채색이 되어 있는데, 부분마다 다른 색상과 패턴이 부여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주 출입구의 문, 남쪽 벽면의 창틀, 뒤로 밀어넣은 작은 채플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화가로서의 경험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롱샹 성당은 고딕 성당이나 피어쩬하일리겐 성당처럼 '종합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롱샹 성당의 건축적 형태
대부분의 건축 배치는 중앙집중형이나 장축형, 혹은 이 둘의 결합으로 쉽게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롱샹 성당은 이러한 분류 방식에 들어맞지 않는다. 이 성당은 스미드가 지적했듯이 "화려하면서 괴팍하다." 그럼에도 이 성당은 중심과 통로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성공적으로 종합한 것으로서, 성 소피아 성당에 견줄만하다.
에워쌈과 움직임의 종합은 앞서 말한 바와 같다. 르 코르뷔지에가 사용한 '커다란 배'라는 표현은 에워쌈을 의미하지만, 이 배는 에워싼 채 가만히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 거대한 배는 앞으로 항진한다. '움직이는' 벽체는 이러한 앞으로의 진행을 표현한다.
주 공간의 평면과 두꺼운 벽 속으로 파고 들어간 창문에 사용된 찌그러진 사다리꼴은 통합하는 요소로 사용되며, 다른 곡선 형태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차원들을 통합시켰기 때문에 이처럼 뛰어난 건축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에워싸는' 벽체와 '움직이는' 벽체를 통합함과 아울러 건축 형태의 소재로 취한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통합하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생각했던 주된 이미지는 대홍수가 지난 다음 산 위에 걸쳐진 웅장한 노아의 방주였을 것이다. 내부에도 다양한 이미지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벽체에 얹힌 육중한 지붕에서 나타나는 신석기 시대 거석 건축의 이미지, 티볼리에 잇는 하드리아누스 황제 별궁의 이미지, 그가 알제리에 건설한 건물들의 곡선적인 이미지 들이 있다. "다양한 상징들을 통해 수 천년의 역사가 울려 퍼지고 있는 이 건물은 양극단 사이에 성공적으로 시적인 가교를 놓은 위대한 예술작품이다. 롱샹 성당은 고도의 복합성과 모호성을 담고 있으며 스미드에 따르면 "20세기 최상의 매너리즘 건축"이다.
롱샹 성당의 건축적 의미
두 유형의 벽체로 표현되는 에워쌈과 움직임의 종합은 그리스도교인 생활의 가장 근본적인 면을 전달한다. 움직임이란 삶으로서, 실제적인 자선 활동이나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기도와 명상을 통해 자양분을 공급받아야 하며, 이는 에워쌈에 의해 촉진된다. 움직임과 에워쌈을 통합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인의 임무이다.
이보다 나중에 지어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처럼 롱샹 성당은 많은 은유를 담고 있다. 이들 중에는 상반되는 것들도 있어서, 이 건물은 형태와 의미에 있어 다가성을 지닌다.
가장 강력한 은유는 르 코르뷔지에가 그의 헌정사에서도 말했듯이 노아의 방주 이미지이다. 롱샹 언덕에 오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이 성당 남동쪽 예리한 모서리는 홍수가 끝난 후 산에 걸쳐진 방주처럼 보인다. 크게 드리운 지붕은 바람에 부푼 돛을 닮았다. 노아의 방주에서 성궤에 이르는 이미지들에는 구원이라는 신학적 함의가 함께 하고 있다.
두 번재 은유는 첫 번째와 관련이 있다. 그것은 배의 이미지로서, 동쪽과 남쪽으로 드리운 어두운 색의 지붕은 선체를 그대로 닮았다. 콘크리트 형틀로 사용된 널빤지 무늬 덕분에 더욱 사실적으로 보인다. 노아의 방주와 성 베드로의 배에 연관된 의미는 교회의 이미지로서 매우 적절하게 선택되었다. 이들은 모두 그 안에 담긴 것을 구원하는 힘을 암시한다.
또 다른 은유는 천막의 이미지이다. 방주 전면의 예리한 모서리는 이제 천막을 지탱하는 지주로 볼 수 있으며, 배 모양은 바람에 부푼 캔바스천의 지붕처럼 보인다. 이러한 이미지는 방문자에게 자신이 이 지상의 순례자라는 것, 곧 영구적으로 정착할 곳 없이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손님'일 뿐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이 성당은 언약의 궤를 덮는 천막, 곧 '성궤'를 안치한 장소가 된다.
롱샹 성당이 불안정한 천막에 반대되는 이미지도 담고 있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성채의 이미지로서, 접근로 반대편의 북서쪽 모서리를 바라보면 특히 확실하게 나타난다. 수직적인 띠창과 개구부가 난 세 개의 탑은 육중함, 안정감, 안전함, 방호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와 동일한 의미가 개구부들이 불규칙하게 뚫려져 있는 남동쪽에 육중하고 두터운 경사벽면에서도 표현되어 있다. 신교의 잘 알려진 찬송가는 "내 주는 나의 강한 성채시니"로 시작한다. 이 건물은 그에 상응하는 느낌을 표출하고 있다. 성채의 은유와 연관되는 것은 벙커의 은유로서, 이 장소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이미지를 쉽게 떠올린다. 부르고뉴의 문이라 부르는 이곳은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과거 격랑의 시대에 수많은 격전을 치른 전쟁터였다.
롱샹 성당에서 동굴이나 석굴의 이미지를 볼 수도 있다. 특히 크게 흰 지붕의 모습은 선사 시대의 고인돌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동굴의 이미지를 로마의 카타콤,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의 동굴, 성모 마리아의 출현 사건 등에 연관시킨 것은 의도적으로 보인다.
벽체와 지붕이 이루는 조개껍질 같은 형태가 주는 방호의 이미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개와 정화의 강력한 상징인 물과의 연관성은 그다지 분명하지 않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은 뒤쪽의 집수구로 모여 수조로 흘러 들어가는데, 이렇게 모은 물은 아래쪽 마을을 위해 사용한다. 여기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이 빗물이 흘러나오는 집수구가 고해성사실 바로 위에 있다는 점이다. 고해란 세례 이후에 행해지는 두 번째 정화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흰색의 벽면과 르 코르뷔지에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던 자연의 빛을 순결, 곧 마리아의 '처녀수태'라는 전통적인 상징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성전이 봉헌된 마리아에게 예로부터 붙여서 온 이름들, 곧 '영혼의 그릇','단 하나뿐인 헌신의 그릇','다비드의 탑','샛별','언약의 궤','천국의 문' 등이 모두 이 성당에서 구현되고 있다.
돛과 배의 텐트 지붕의 이미지들을 모두 합치면 바람이라는 또 하나의 상징을 얻는다. 바람은 원하는 곳으로 불어 가는 성령, 강한 바람을 몰고 마리아와 12제자를 동반하고 강림하는 성령을 반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높이 솟은 탑들은 성령의 계시를 받기 위한 거대한 수신장치나 길게 잡아늘인 사람의 귀로 읽을 수 있다.
이 예배당에 종속되는 언덕은 가장 오래된 종교적 상징으로서 예로부터 희생 의식이 행해지는 장소였다. 옥외 의식을 위해 만들어진 제단은 이 언덕을 굽어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순례자 성당에 친숙하게 나타나는 길의 이미지가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중세 시대의 강력했던 전통을 이 성당에서 잇고 있다. 롱샹 성당은 순례 길의 목표이자 종착점이다. 이는 이곳 지상에서 길고 험난한 순례여정을 거친 다음 천상에 도달한다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자신을 무신론자라 했지만. 롱샹 성당을 통해 종교적이고 그리스도교적인 깊은 의미들을 표현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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